-
또, 또, 또, 남자배우만 쓴다. - 영화 <비공식작전> 예고편을 보고.영화 2023. 7. 28. 01:57
영화 <비공식작전> 포스터. 최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1>을 보러 갔다가 영화 <비공식작전> 예고편을 봤다.
하정우와 주지훈.
예고편을 보고 든 생각은,
헐 하정우 주지훈? 모가디슈 같다. 중동? 올.이런 게 아닌,하, 또, 또, 또, 남자 배우들만. 그놈의 브로맨스 어쩌고.
영화의 완성도, 이야기의 재미있음을 이야기하자면, 사실 믿음직하다.
알다시피 김성훈 감독의 전작인 <끝까지 간다>, <터널> 등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많이 이야기하며, 나 역시도 조진웅과 이선균이 나온 <끝까지 간다>를 한국 액션 영화 중의 최고로 아직까지 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8월 2일 개봉일이라 아직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한국 영화를 생각해 보자. <범죄도시> 시리즈, 마동석을 필두로 다양한 '남성' 빌런이 판치는 곳. <신세계>나 <범죄와의 전쟁>, <내부자들>과 같은 누아르 영화들처럼 그저 남성 배우들만 떼로 나오는 영화들. 우리는 많이 봐왔다.
"여자 배우도 매력적인 캐릭터 있었잖아!"라고 한다면, 부정하지는 않겠다.
설경구와 임시완이 나왔던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악역 아닌 악역으로 나왔던 전혜진 배우의 캐릭터 천인숙.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배우의 서래. 변영주 감독의 <화차> 속의 김민희 배우의 선영 등. 물론 그동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 캐릭터들은 많다.
여성 단독 주연이거나, 여성들만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영화는 뭘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박훈정 감독의 <마녀> 시리즈 속 김다미 배우의 자윤
(a.k.a.작은 마녀 아가씨),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배우의 엄마와 김고은 배우의 일영, 김용훈 감독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전도연 배우의 연희 등이 있다."쓰고 보니 많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 분명히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위의 영화들 중 오로지 '여성'들만이 주요캐릭터로 기능하는 영화가 있을까? 답은 없다.
또, '워맨스'가 있는 영화, 있을까? 답은 없다.
(아 물론, 충분히 재미있게 본 정다원 감독의 <걸캅스>에서 라미란 배우와 이성경 배우의 합은 뛰어났다.)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를 예로 들어보자.
(13년도 개봉 영화니, 스포는 아니겠지?)
범죄자 무리의 정청(황정민 배우), 이중구(박성웅 배우) 사이의 패권 다툼과 이를 소탕하려는 경찰 무리의 강 과장(최민식 배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자성(이정재 배우)의 이야기가 주다. 거기서 정청과 이자성의 브로맨스는, 워낙 유명하니 굳이 언급을 안 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누아르 장르 영화를 싫어한다는 나의 편견을 깨부순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촘촘한 감정선과 관계성들, 하나도 버릴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무지성으로 칼싸움만 난무한다고 생각했던 조폭영화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지만.
여기서 여성 배우는 두 사람이 나온다. 송지효 배우와 주경 배우. 그 둘은 그저 남성 배우가 끌고 가는 이야기 속 소비되는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걸 반대로 돌려보자.
범죄자 무리 일인자와 이인자, 부당한 잠입을 협박하는 경찰 과장, 그리고 잠입한 경찰들이 모두 여성이라면. 단순히 주인공의 처지를 드러내기 위해 소비되는 캐릭터를 남성으로 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뭐 <신세계>라는 조폭 조직의 세계에 여성이 있는 게 개연성이 없지 않냐?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텐데..
뭐 어떤가. 영화 아닌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도 창작자들은 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뭐 흔히 말하는 킬러 영화라든가, 비밀경찰, 잠복수행원들 등 '여성' 캐릭터가 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다.
기존의 느와르 영화, 액션 영화는 계속해서 '남성' 캐릭터들끼리의 전우, 우정, 의리, 강함 이런 것만 강조해 왔다. 그리고 그게 관객에게 통해왔었고.
하지만 언제까지 이 이야기를 남성 배우만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계속 우리는 남-남 케미를 고집해야할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매력적인 여캐는 상당했다. 잘 만든 이야기 속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비춰내며 취하는 미친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제 그럼, 남성만이 있던 공간에서 벗어나 여성 캐릭터들만의 공간을 만들 때가 된 것이 아닐까?
나는, 좀, 멋있는 여성 두 명이 멋있거나 찌질하거나 당차거나 울분을 토하거나 하는, 그런 여러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