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ㅣ 삶을 끝내는 법에 대하여.
언젠가, 영화 <존윅 2>을 보았을 때, 이런 장면을 봤었다.
존윅이 누군가에게 빚을 갚기 위해 청부 살인을 하러 그 누군가의 경쟁 상대인 누나를, 죽이러 가는 장면.
그 여성의 이름은 지아나 디 안토니오. 그녀는 존윅이 온 것을 보자마자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해서 이 조직을 이끌었으니, 이 마지막도 자신이 택하겠다며, 그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맨 몸으로 다시 엄마의 뱃속으로 들어가듯이, 그녀는 물이 담긴 욕조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손목을 칼로 그었다.
거침없이 깊게. 쭉.
서서히 욕조 속에 풀리는 피와 존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떨어지는 그녀의 고개는, 아름다웠다.
아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자신의 손으로 떠난 사람이란.
Rest in peace.
그 말 그 자체로 어울리는 죽음이 아닌가 하는, 그래서 수많은 영화 속 수많은 죽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죽음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영화를 그저 킬러 액션물이라고 보는 관객들이 대부분일 것이며, 그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을 주로 감상하고, 그에 대적하는 메인 빌런의 역할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그토록 짤막하게 나오는 단역은, 영화 전반의 존 윅의 행보에 단 하나의 발걸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
그러나 이 여성은 다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의 손에 죽기보다 자신이 선택하기로 한 그 모습은, 그녀의 전 생애를 궁금해지게 만들었으니. 솔직하게, 그녀의 이야기로 한 편의 영화가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으로 나온, 여성 킬러 액션 영화의 진수 <솔트>처럼, 그녀 자신의 생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뜰 날을 기대한다.
(아, 그리고. 존 윅의 메인 빌런도 여성 캐릭터로 맞붙여놓는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 되지 않을까?)